2016년 3월, 바둑 분야에서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인간과 AI의 대결을 기억하실 겁니다. 같은 해 5월에는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와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의 연주 대결도 있었습니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AI와 인간이 다양한 분야에서 대결하는 것을 주제로 방송 중입니다. 인간을 향한 AI의 도전을 바라보며 이제 어떻게 하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텐데요.
여러분은 창의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으로는 새롭고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간 지성의 대표적인 특징이며 인공지능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능력이라고 생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창의성이 가장 돋보이는 예술 분야에까지 AI가 도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AI가 예술을 한다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 역시 매우 놀라운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예술 창작물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구글의 ‘딥드림’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딥러닝 기술을 시각 이미지에 적용한 기술로 기존에 학습한 이미지 패턴을 기반으로 입력된 이미지를 새로운 이미지로 조작, 왜곡하는 이미지 프로세싱 프로그램입니다. 2016년 2월에는 이 딥드림이 그린 29점이 작품이 경매로 총 한화 1억 1000만에 판매되기도 하였습니다.
또 프랑스의 ‘오비어스 콜렉티브’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인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 이라는 작품도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화 4억 9000만원에 판매되었는데요. 이는 14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그려진 유럽의 고전 초상화 15,000개를 학습 데이터로 하여 그려진 작품입니다.
이제 AI가 완성한 작품을 예술 작품이라고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논의를 확대하여 합니다. 창작자의 의도, 주체성, 창의성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과 AI를 창작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 중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의 델프트 과학기술대학교, 렘브란트 미술관이 함께 진행한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150GB에 달하는 렘브란트의 그림 자료를 3D 스캔 기술로 정교화게 디지털화하여 컴퓨터에 입력하여 학습시켰습니다. 이 인공지능은 특정한 명령을 하면 렘브란트와 동일한 화풍으로 초상화를 그려냅니다. 넥스트 렘브란트는 17세기 렘브란트를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결과물을 창작해 냈다고 보아야 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딥드림이나 램브란트 프로젝트 등 예술 분야에서 보여지는 AI 기술들은 다량의 작품을 분석하여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패턴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설계한 후 빅데이터를 딥러닝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생성하는데 이는 인간이 경험적 사고를 바탕으로 작품을 생성하는 과정과 동일합니다. 인공지능은 학습한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을 생성할 수 있고 이러한 가변성을 갖는 인공지능이 예술의 범위를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제 더는 인간만이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자만은 내려놓아야 하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술의 주체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예술 작품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AI가 생산 혹은 창작하는 작품들을 외면하는 대신 시대에 맞는 창작의 개념을 새롭게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읽는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반응해준다면 어떨까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하늘나라로 떠난 가족을 AI 기술로 복원하여 VR 체험을 통해 만나게 해주어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였습니다. AI가 대화 속에서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반응을 해줄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인간 중심 AI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감정을 인식하는 기술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중반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의 연구는 사람의 소통에서 비언어적 표현이 주를 이룬다는 것에 착안해 얼굴 표정, 자세, 움직임, 심박수, 뇌 활동 등을 분석하여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방향의 연구로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AI의 부상과 함께 감성 컴퓨팅 기술 수준 역시 빠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제 감정을 인식하고 그에 적절한 감정을 표현해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단순히 정보를 제시해주는 수준이 아니라 감성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인식하는 인공지능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과 대화하는 로봇을 넘어 자동차와 운전자가 교감하는 감성 주행, 감정 분석 후 그에 알맞은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 산업 등 무궁무진하게 활용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 예상됩니다.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은 프랑스의 '오비어스 콜렉티브'가 만든 것이다.
감정 인식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는 AI의 부상과 함께 그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출처>
포스트 휴먼 시대의 예술(강민석, 2020)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과 창의성(이수진, 2018)
인공지능과 딥러닝 시대의 창의성(이영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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